목적기반차량(Purpose Built Vehicle, 이하 PBV)은 현대자동차그룹, 특히 기아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축으로 제시한 혁신적인 차량 개념으로,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특정 용도와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량을 의미합니다.
PBV는 전통적인 승용차나 상용차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율주행, 전동화, 그리고 모듈러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과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이동 수단입니다.
이 문서에서는 PBV의 개념, 특징, 기술적 기반, 활용 가능성, 그리고 기아의 PBV 사업 전략과 비전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PBV의 개념과 정의
PBV는 '목적 기반 차량'이라는 이름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부터 운행까지 최적화된 차량을 지칭합니다. 기존의 상용차(예: 택시, 버스, 화물차)는 여객 운송이나 물류와 같은 단일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사용자가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면 특장업체를 통해 차량을 개조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은 차체 손상, 불필요한 공정 추가, 폐기물 발생 등 비효율성과 환경적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반면, PBV는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의 구체적인 요구를 반영하여, 차량의 구조, 공간, 기능을 자유롭게 맞춤화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차량을 '움직이는 생활 공간' 또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재정의하는 개념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CES에서 PBV 콘셉트 'S-Link'를 공개하며 이 개념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PBV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비즈니스 요구, 또는 특정 산업(물류, 의료, 상업 등)에 맞춰 유연하게 변형될 수 있는 차량으로, 자율주행과 전기차 기술을 접목해 더욱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PBV는 도심 내 이동형 카페, 이동 진료소, 물류 배송 차량, 로보택시, 심지어 휴식 공간이나 이동식 오피스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PBV의 주요 특징
PBV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듈러 플랫폼과 맞춤화 가능성입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예: 현대차그룹의 E-GMP 또는 기아의 e-CCPM)을 기반으로, 차량의 하부는 배터리와 구동계를 효율적으로 배치한 스케이트보드 구조로 설계됩니다. 이 구조는 차체의 상부를 자유롭게 교체하거나 변형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용도에 맞는 모듈식 설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상부 모듈을 교체해 택시, 배송용 차량, 또는 이동형 매장으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또한, PBV는 자율주행 기술과의 결합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자율주행이 구현되면 운전석이 필요 없어지므로, 실내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석을 제거한 공간은 추가 좌석, 화물 적재 공간, 또는 특정 장비(의료 기기, 주방 설비 등)를 설치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며, 차량 내부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완전히 재구성할 수 있게 합니다.
친환경성도 PBV의 핵심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PBV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을 지향합니다.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차량 데이터를 도시 관리 시스템과 공유하여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는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아의 PBV 라인업과 기술
기아는 PBV를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정의 모든 것(SDx, Software Defined Everything) 전략과 연계하여, 차량을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기아의 PBV 사업은 2025년 중형 PBV 모델인 PV5를 시작으로, 대형 PV7, 소형 PV1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 PV5: 2025년 출시 예정인 기아의 첫 전용 PBV로, 중형급 차량입니다. PV5는 차량 호출(라이드 헤일링), 배송(딜리버리), 유틸리티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세 가지 바디 타입(여객, 딜리버리, 샤시캡)으로 제공되며, 각각 기본(여객), 스탠다드/롱/하이루프(딜리버리), 샤시캡으로 세분화됩니다. 특히, PV5 여객 모델은 넓은 양문형 도어와 유연한 시트 구성으로 탑승자와 짐 운송을 모두 고려했으며, 딜리버리 모델은 낮은 지상고로 작업자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로보택시 모델도 개발 중입니다.
- PV7: 대형 PBV로, PV5의 특성을 계승하면서 더 큰 공간성과 최적화된 비즈니스 활용성을 제공합니다. 대규모 물류, 다인승 셔틀, 또는 이동형 오피스와 같은 용도에 적합합니다.
- PV1: 소형 PBV로,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이나 카셰어링과 같은 초도심화된 모빌리티 니즈에 대응합니다. 컴팩트한 사이즈와 민첩한 기동성을 목표로 하며, 전력 사용을 지원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통해 이동형 매장과 같은 창의적 활용이 가능합니다.
기아는 이러한 라인업을 기반으로, 고객의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유연한 차량 구성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PV5 딜리버리 모델은 냉장·냉동 기능을 추가로 개조할 수 있으며, 컨버전 파트너사와 협업하여 다양한 산업 요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 내 AI 기반 디스플레이 솔루션, 실시간 데이터 관제를 통한 차량 관리 시스템, 원격 진단 및 전용 A/S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솔루션을 통합하여 업무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합니다.
PBV의 활용 가능성과 시장 전망
PBV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이동 중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PBV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 물류 및 배송: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 냉장·냉동 물류, 또는 전자상거래에 최적화된 차량.
- 라이드 헤일링 및 로보택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 택시나 셔틀 서비스.
- 이동형 비즈니스 공간: 이동 카페, 푸드트럭, 이동형 매장, 또는 이동 진료소.
- 라이프스타일 맞춤: 캠핑, 반려동물 택시, 이동식 오피스 등 개인의 취미나 필요에 맞춘 차량.
- 공공 서비스: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이동 병원이나, 공공 교통의 수요응답형 서비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PBV 시장은 2020년 32만 대에서 2025년 130만 대, 2030년에는 20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30년에는 전체 신차 판매의 약 25%를 PBV가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확대는 전동화, 자율주행, 공유 경제의 확산과 맞물려 있으며, 기아는 이를 선도하기 위해 2023년부터 경기도 화성에 PBV 전용 공장(화성 EVO 플랜트)을 건설 중입니다. 이 공장은 연간 1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며, 머신러닝과 AI를 활용한 혁신 제조 기술과 탄소중립 목표를 반영한 친환경 공장으로 설계됩니다.
기아의 PBV 비전과 전략
기아는 PBV를 단순한 차량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Sustainable Mobility Solutions Provider)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아는 다섯 가지 주요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합니다:
- 라인업 확장: PV5, PV7, PV1 등 다양한 차급과 바디 타입으로 고객 니즈에 대응.
- 혁신적 생산 체계: 화성 EVO 플랜트에서 컨베이어와 셀 방식을 결합한 생산 프로세스와 Dynamic Hybrid 기술 도입.
- 고객 중심 개발 프로세스: PBV 파트너스 데이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반영하고, 컨버전 파트너와 협업하여 맞춤형 차량 개발.
- 통합 솔루션 제공: AI 기반 차량 관리, 데이터 분석, 원격 진단 등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비즈니스 효율성 강화.
- 미래 기술 융합: 자율주행(모셔널과의 협업), 라스트마일 로봇 배송(보스턴 다이나믹스), 멀티모달 모빌리티(슈퍼널) 등과의 시너지 창출.
기아는 이미 니로 플러스와 레이 1인승 밴과 같은 양산차 기반 PBV를 통해 시장에 초기 진입했으며, 2025년부터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용 PBV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특히, 니로 플러스는 택시 및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로, 넓은 실내 공간과 하이 루프 설계를 통해 탑승객과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PBV의 의의와 미래
PBV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혁신적인 개념입니다.
단순히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차량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며, 개인과 기업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의 발전, 그리고 공유 경제의 확산은 PBV의 활용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으며, 기아는 이를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물류 기업,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개인 고객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PBV는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전기차 기반의 PBV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도시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며,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운행 솔루션을 통해 스마트 시티 구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 맞춤형 설계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개별적 요구를 충족하며,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결론적으로, PBV는 기아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입니다.
기아는 PBV를 통해 차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삶의 모든 방식을 수용하는 궁극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자 합니다.
2025년 PV5 출시를 시작으로, PBV는 물류, 교통, 의료, 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